유영철이 아직도 사형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오히려 그런걸 보고 더욱 놀란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에 속한다는 것을 몰랐었다는 거니까.
1997년 이후로 10년이상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기에 2007년 부터 우리나라는 사형 폐지 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그 10년간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들이 있건만 사람들은 모두 새까맣게 잊어먹었다.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연쇄살인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란 이렇게 휘발성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형제 존치, 또는 폐지에 대한 논의도 그에 따라 몇개월만 지나면 까마귀고기 먹은듯 까먹을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뭐 사형제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하나. 어차피 사는데 바빠서 다들 다른 이슈에 목맬텐데.


이러다보니 살인마가 잘생겼느니 아들이 있느니 사람을 어떻게 죽였니 몇이나 죽였느니 하는 사실들은 오늘 드라마에서 호세가 바람을 폈느냐 안폈느냐 하는 수준의 연예계 가쉽거리 정도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판매부수와 시청률에 목을 매는 언론들은 더더욱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서 살인마의 속옷 색깔이 무슨색인지 까지 알려주려고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노력한다.


이런 현상이 극으로 가게 되면 살인마의 살인행각은 말그대로의 유흥거리가 된다. 영국의 잭 더 리퍼가 살인을 저질렀던 장소를 가이드 해주면서 여기서 잭 더 리퍼가 매춘부를 이렇게 죽였다 저렇게 죽였다를 친절하게 외국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주는 투어 프로그램 같은 거 말이다. 살인마들은 극화되고 입에 오르내리며 마치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와 같은 존재가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 일에 대해 사람들이 이토록 싸구려스럽게 논다.


사형제에 대한 논의의 한축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네놈을 살려두기엔 쌀이 아까워!' 라고 외치는 심리 이면에는 로마시대 사형수들을 콜로세움에서 공개적으로 사자밥으로 던져두어서 그걸 보며 좋다고 박수치고 싶어하는 유흥거리에 대한 갈망이 숨어있다. 살인마의 목에 밧줄이 걸리고 허공에서 발을 버둥거리는 것을 상상하며 정의는 실현되었다 악은 사라졌다고 외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 공권력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이토록 싸게 생각하려고 든다.


나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연쇄살인마에 대해서 이토록 호돌갑 떨면서 난리굿치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싫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얼굴이, 이름이, 언행이 신문지면과 티비매체에 가득가득 메우면서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지금의 상황이 싫다. 인권이니 알권리니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가슴 두근거리며 흥미진진 해대는 사람들의 욕망이 싫다. 그리고 불과 100여일만 지나면 살인마가 사형을 당했는지 안당했는지도 모를정도로 모두 잊어먹을 사람들의 태도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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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이디디 | 2009/02/03 18:13 | 트랙백(1)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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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Sanity is a .. at 2009/02/03 20:46

제목 : 공감보다 나아가서 -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살인자의 인권문제는 애매하다. 사회의 공분을 일으키는 어떤 것은 분명히 존재하고 살인이 그러한 행위임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노하고 "저놈을 죽여라"라고 외치는 것이고 그렇기때문에 아마 '저놈'에 대한 인권을 말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우리는 살인이라는 행동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를 싫어하고 그런 인간이 나나 가까운 가족과 연관되지 않길 바랄 것......more

Commented by 쿠라사다 at 2009/02/03 18:16
그걸 잊는데 100일이나 필요할까 싶네요. 그 절반으로도 차고도 넘칠 겁니다.
Commented by FELIX at 2009/02/03 18:56
이오공감 촘 가자
Commented by 착선 at 2009/02/03 19:35
사건 당사자들은 평생 잊을수 없겠지만 그것은 당사자일 뿐이죠.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니까요. 모두의 상처를 생각하고 산다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게 해줄수 없다면 차라리 사건이 났을때라도 열정적으로 분노해주는건 어떨까요?
Commented by 思惟 at 2009/02/03 20:45
분노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분노의 타깃이 살인자보다는 정부를 향하여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좀더 피해자를 위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뭐같은 친재벌카드나 만지작 거리지 말고 )
Commented by 사헤라 at 2009/02/03 22:43
도대체 한낱 시청자가 정부를 향하여 재방방치대책을 마련하도록 어떻게 촉구해야하는겁니까? TV를 보고 흥분하며 전화를 걸어 '니네 이렇게이렇게 못해?'라고 말해야 되는겁니까?
Commented by nk at 2009/02/04 01:41
착선님 리플에 공감합니다.
당사자가 아닐 바에얀 잊기 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을, 유흥거리>에 목매는 것일뿐이라 표현하는 것이 극단적이라 느껴지는 군요..
Commented by milln at 2009/02/04 16:13
바로 그 '당사자들' 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우리의 싸구려 호기심을 좀 자제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Commented by kalay at 2009/02/03 21:15
정말 공감하는 글입니다
혹시 이오공감에 올려도 될까요
Commented by 케이디디 at 2009/02/03 21:18
원하시는대로...
Commented by shaind at 2009/02/03 21:36
푸코의 "감시와 처벌"에 따르면 유럽의 전근대적인 공개 신체형이나 사형 등은 항상 의례적인 구경거리의 성격을 띄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형장의 구경꾼들에게는 어떤 독특한 심리가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Commented by 사헤라 at 2009/02/03 22:40
결론은 어차피 왈가왈부해도 사형안시키니까 닥쳐라라는거군요
Commented by MessageOnly at 2009/02/03 22:47
인간에게 망각이 없다면 큰일이죠.
Commented by 멍때리는 at 2009/02/03 22:52
저번에 조선일보인가에 사형집행을 안하는 것과 살인사건의 증가를 연관시켜놨던게 있더라고요.. 정말 억지로 이어놓고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는게 싫었습니다. 사회변화로 인해 사회부적응자가 생기는 것은 당연한건데 말이죠. 요즘 언론이 너무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게 없지 않네요.
Commented by 사헤라 at 2009/02/03 22:53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 많은거 당연합니다. 뉴스로 그런거 말해줬습니까? 그런거 모르고 살다 저런 흉악살인범이라면 당연히 죽었다고 생각할 살인범이 안 죽었으니 놀라는건 당연하고요
어차피 잊어질 일이라 더욱 지금이 아니면 할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배고플텐데 밥은 왜먹고 물은 왜 마시나요'-'
Commented by kalay at 2009/02/03 23:04
뉴스로 되게 많이 말해줬습니다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 되던 날은 거의 축제라도 하는 것처럼 전 언론사에서 방송 때렸습니다(...)
Commented by 그것 참 at 2009/02/04 00:12
그냥 "내가 평소에 이런거에 관심이 없었다" 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것을 인생을 왜 이리도 피곤하게 삽니까? 생각없이 사는거 티 내러 블로그 하나요?
Commented by 황제 at 2009/02/03 23:11
사형수 먹이고 입히는 돈도 세금이라고 생각하면, 세금 내기 싫어지는데요.
Commented by ... at 2009/02/04 00:13
블로그에서 지 혼자 소설이나 끼적대며 클릭질하는 잉여인생들에게도 세금을 부과하는 나쁜 나라가 있단 말입니까?
Commented by at 2009/02/04 13:29
굿샷ㅋ
Commented by 황제 at 2009/02/05 02:16
죽지 못하고 살아 있는 죄의 대가로 세금을 내고 있습죠. 연금 빼고요.
Commented by 에일군 at 2009/02/04 00:52
여러가지로 생각하게 만드는 글 이네요
Commented by ㅇㅇ at 2009/02/04 01:55
숭례문 전소 사건도 이미 잊혀졌다고 봅니다

이런걸 보고 냄비근성이라고 해야하나요? 쩝...
Commented by 아Q정전에서도 at 2009/02/04 04:15
시덥잖게 노래를 부르는 아Q를 구경꾼들이 욕하는 장면이 나오지 않나요.
동서를 막론하고 처형 구경이란 건 꽤 인기있는 오락거리였던 것 같음.

사회에 반하는 자를 처단함으로써, '여기 있는 우리들은 저런 넘과는 달라영 ㅋㅋ
'하는 유대 의식 같은 거라도 느끼는 건가요...
Commented by lirel at 2009/02/04 04:37
아.. 완벽한 글이다. 정곡이다..
Commented by 참.. at 2009/02/04 06:19
공감ㅇㅇ 어차피 몇달만 지나면 다들 잊을 이슈죠.
사형을 한다쳐도 심심한데 구경거리밖에 더 되겠음? 술이나 깨작이거나 인터넷에서 키보드 따닥이면서 아 그녀석 잘죽었다 이 말 한마디하는 것밖에 더 있음? 생산적으로 좀 생각하시죠 인간들아.
사형 사형 하니까 쳐보던 무협지에 나오는 사형 같습니까?
Commented by 세실 at 2009/02/04 10:15
공감합니다... 솔직히 사형한다고 해도 일주일이면 까먹을꺼면서....-_-

피해자 유족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Commented by 포만레 at 2009/02/04 10:59
작년엔가, 사형수하나가 자연사했다는기사를본적이있습니다.
Commented by 지나가다 at 2009/02/04 16:41
오오 여러모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Commented by 13 at 2009/02/04 17:35
멀리 숭례문까지 갈것도 없습니다. 체감상으론 이미 절반 이상이 머릿속에서 용산참사를 지웠습니다.
물론 이 이면에는 필요이상으로 강호순의 언행을 띄우는 조중동의 영향이 제일 크겠지요.
지금 강호순이 화제가 되고있는 이유는 단순히 기존의 유영철 신창원같은 케이스가 아닌 언플입니다.
지금 페이스로는 강호순이 손톱을 깎는것마저 기사로 내보낼 심산인듯 하네요.
Commented by 함월 at 2009/02/04 20:20
공감합니다. 저들은 공익이라 말하지만 명박악법, 용산참사 뉴스들을 밀어내고 경쟁적으로 속속 올라오는 '성인 1% 사이코패스' '간단한 사이코패스 검사' 같은 싸구려 찌라시들을 보면 도대체 뭐가 공익이고 뭐가 언론인지 모르겠습니다...

ps. 사형제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형제도의 기능으로서 사람들이 <괴물을 죽이는 것을 구경>함으로서 사회가 조금이라도 정의로워졌다는 느낌을 가지도록하는, 말하자면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직접적인 범죄 발생에는 아무 영향이 없지만, 사람들이 사회가 정의롭다고 착각함으로서 사회 전체의 안정성은 높아진다던가...
Commented by 젤로피 at 2009/02/04 23:04
저도 뉴스 보기 싫어요.
사람들은 저 쳐죽일놈 미친놈 세상 무섭다 어쩌고 하면서 침을 튀겨가며 욕을 하고 비판을 하고 호신도구를 사들이지만 조금 지나면 어차피 자기 일 아니라며 잊을게 뻔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놈이 책을 쓰겠다고 했다면서요? 그 책이 실제로 나온다면 전 그게 발간 즉시 베스트 셀러에 오를것 같다고 확신합니다..
Commented by 박길욱 at 2009/02/06 01:18
준폐지 국가겠지
...
Commented by 포만레 at 2009/02/06 14:23
'사실상' 폐지국가라는 말 처음 들어봤나보네요.
Commented by 박길욱 at 2009/02/07 20:10
제가 좀 배움과 인격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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