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2월 03일
유영철이 아직도 사형당하지 않았다는 걸 알고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오히려 그런걸 보고 더욱 놀란다.
우리나라가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에 속한다는 것을 몰랐었다는 거니까.
1997년 이후로 10년이상 사형을 집행한 적이 없기에 2007년 부터 우리나라는 사형 폐지 국가에 속하게 되었다. 그 10년간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집행되지 않은 사형수들이 있건만 사람들은 모두 새까맣게 잊어먹었다.
전국을 들썩이게 했던 연쇄살인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란 이렇게 휘발성에 불과하다. 그리고 사형제 존치, 또는 폐지에 대한 논의도 그에 따라 몇개월만 지나면 까마귀고기 먹은듯 까먹을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뭐 사형제에 대한 논의를 진지하게 하나. 어차피 사는데 바빠서 다들 다른 이슈에 목맬텐데.
이러다보니 살인마가 잘생겼느니 아들이 있느니 사람을 어떻게 죽였니 몇이나 죽였느니 하는 사실들은 오늘 드라마에서 호세가 바람을 폈느냐 안폈느냐 하는 수준의 연예계 가쉽거리 정도로 받아들인다. 그렇기에 판매부수와 시청률에 목을 매는 언론들은 더더욱 자극적인 보도를 위해서 살인마의 속옷 색깔이 무슨색인지 까지 알려주려고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서 노력한다.
이런 현상이 극으로 가게 되면 살인마의 살인행각은 말그대로의 유흥거리가 된다. 영국의 잭 더 리퍼가 살인을 저질렀던 장소를 가이드 해주면서 여기서 잭 더 리퍼가 매춘부를 이렇게 죽였다 저렇게 죽였다를 친절하게 외국 관광객들에게 설명해주는 투어 프로그램 같은 거 말이다. 살인마들은 극화되고 입에 오르내리며 마치 스포츠나 연예계 스타와 같은 존재가 된다. 사람이 사람을 죽인 일에 대해 사람들이 이토록 싸구려스럽게 논다.
사형제에 대한 논의의 한축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네놈을 살려두기엔 쌀이 아까워!' 라고 외치는 심리 이면에는 로마시대 사형수들을 콜로세움에서 공개적으로 사자밥으로 던져두어서 그걸 보며 좋다고 박수치고 싶어하는 유흥거리에 대한 갈망이 숨어있다. 살인마의 목에 밧줄이 걸리고 허공에서 발을 버둥거리는 것을 상상하며 정의는 실현되었다 악은 사라졌다고 외치는 재미를 느끼고 싶어한다. 공권력이 사람을 죽이는 일에 대해 사람들은 이토록 싸게 생각하려고 든다.
나는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고 앞으로도 있을 연쇄살인마에 대해서 이토록 호돌갑 떨면서 난리굿치는 지금의 상황이 정말 싫다. 사람을 죽인 사람의 얼굴이, 이름이, 언행이 신문지면과 티비매체에 가득가득 메우면서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지금의 상황이 싫다. 인권이니 알권리니를 외치면서 실제로는 가슴 두근거리며 흥미진진 해대는 사람들의 욕망이 싫다. 그리고 불과 100여일만 지나면 살인마가 사형을 당했는지 안당했는지도 모를정도로 모두 잊어먹을 사람들의 태도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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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9/02/03 18:13 | 트랙백(1)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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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공감보다 나아가서 -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 하는가?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으로는 이해하지 못한다. 살인자의 인권문제는 애매하다. 사회의 공분을 일으키는 어떤 것은 분명히 존재하고 살인이 그러한 행위임은 틀림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분노하고 "저놈을 죽여라"라고 외치는 것이고 그렇기때문에 아마 '저놈'에 대한 인권을 말하기 어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마 우리는 살인이라는 행동으로 이득을 취하려는 행위를 싫어하고 그런 인간이 나나 가까운 가족과 연관되지 않길 바랄 것......more
당사자가 아닐 바에얀 잊기 쉬울 수 밖에 없는 것을, 유흥거리>에 목매는 것일뿐이라 표현하는 것이 극단적이라 느껴지는 군요..
혹시 이오공감에 올려도 될까요
어차피 잊어질 일이라 더욱 지금이 아니면 할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어차피 배고플텐데 밥은 왜먹고 물은 왜 마시나요'-'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가 되던 날은 거의 축제라도 하는 것처럼 전 언론사에서 방송 때렸습니다(...)
이런걸 보고 냄비근성이라고 해야하나요? 쩝...
동서를 막론하고 처형 구경이란 건 꽤 인기있는 오락거리였던 것 같음.
사회에 반하는 자를 처단함으로써, '여기 있는 우리들은 저런 넘과는 달라영 ㅋㅋ
'하는 유대 의식 같은 거라도 느끼는 건가요...
사형을 한다쳐도 심심한데 구경거리밖에 더 되겠음? 술이나 깨작이거나 인터넷에서 키보드 따닥이면서 아 그녀석 잘죽었다 이 말 한마디하는 것밖에 더 있음? 생산적으로 좀 생각하시죠 인간들아.
사형 사형 하니까 쳐보던 무협지에 나오는 사형 같습니까?
피해자 유족분들이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물론 이 이면에는 필요이상으로 강호순의 언행을 띄우는 조중동의 영향이 제일 크겠지요.
지금 강호순이 화제가 되고있는 이유는 단순히 기존의 유영철 신창원같은 케이스가 아닌 언플입니다.
지금 페이스로는 강호순이 손톱을 깎는것마저 기사로 내보낼 심산인듯 하네요.
ps. 사형제에 찬성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형제도의 기능으로서 사람들이 <괴물을 죽이는 것을 구경>함으로서 사회가 조금이라도 정의로워졌다는 느낌을 가지도록하는, 말하자면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고 하더군요.
직접적인 범죄 발생에는 아무 영향이 없지만, 사람들이 사회가 정의롭다고 착각함으로서 사회 전체의 안정성은 높아진다던가...
사람들은 저 쳐죽일놈 미친놈 세상 무섭다 어쩌고 하면서 침을 튀겨가며 욕을 하고 비판을 하고 호신도구를 사들이지만 조금 지나면 어차피 자기 일 아니라며 잊을게 뻔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놈이 책을 쓰겠다고 했다면서요? 그 책이 실제로 나온다면 전 그게 발간 즉시 베스트 셀러에 오를것 같다고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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